킬로그램(kg)이 편한데, 왜 파운드(lb)를 쓸까?
해외 직구를 하거나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몸무게를 말할 때 항상 숫자가 너무 커서 놀라곤 합니다. "나 120이야"라고 했을 때, kg이라면 거구지만 lbs라면 54kg 정도로 매우 날씬한 편이죠.
전 세계가 미터법으로 통일되어 가는 와중에도 미국은 꿋꿋하게 임페리얼 단위계(Imperial units)인 파운드를 사용합니다. 오늘은 이 파운드의 유래와 왜 아직도 쓰이는지, 그리고 헬스장에서 겪는 혼란에 대해 아주 깊이 있게 알아봅니다.
1. 파운드(Pound)의 유래: 고대 로마의 유산
'p'가 아니라 왜 'lb'일까?
파운드(Pound)의 단어는 '무게'를 뜻하는 라틴어 **'Pondo'**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기호는 **'lb'**를 쓰죠. 이는 고대 로마의 무게 단위인 **'리브라(Libra)'**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정식 명칭은 'Libra Pondo', 즉 '무게의 리브라'였습니다. 여기서 뒷말인 Pondo는 단위의 이름(Pound)이 되었고, 앞말인 Libra는 기호(lb)가 된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Libra'가 별자리 중 천칭자리 (Libra)와 어원이 같다는 점입니다. 옛날에는 천칭 저울로 무게를 쟀기 때문에 '저울'이 곧 '무게 단위'가 된 셈입니다.
트로이 파운드 vs 상형 파운드
사실 역사적으로 파운드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귀금속을 잴 때 쓰는 트로이 파운드(Troy pound, 12온스)와 상업적으로 쓰는 상형 파운드(Avoirdupois pound, 16온스)가 달랐습니다. 다행히 지금 우리가 "파운드"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상형 파운드(1 lb = 0.45359237 kg)입니다. 만약 금 거래를 하신다면 온스(oz) 단위가 또 다를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2. 단위 실수로 비행기가 추락할 뻔했다? (김리 글라이더 사건)
단위를 섞어 쓰다가 발생한 가장 유명하고 아찔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1983년 발생한 '김리 글라이더(Gimli Glider)' 사건입니다.
에어캐나다 143편은 비행 중 연료가 바닥나 공중에서 엔진이 꺼져버렸습니다. 최신형 비행기(보잉 767)가 왜 연료 부족으로 추락 위기에 처했을까요? 원인은 바로 kg과 lbs의 혼동이었습니다.
당시 캐나다는 미터법(kg)으로 전환 중이었는데, 지상 요원은 연료를 파운드(lbs) 단위로 계산해서 넣었고, 조종사는 그것을 **킬로그램(kg)**으로 착각했습니다. 1kg은 약 2.2lbs니까, 필요한 연료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양만 싣고 이륙한 것입니다.
다행히 기장의 뛰어난 조종 실력으로 폐쇄된 공군 기지(김리 공군 기지)에 기적적으로 활공 착륙하여 사망자는 없었지만, 단위 변환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린 섬뜩한 사건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직구할 때 배송 무게 단위를 착각해서 배송비 폭탄을 맞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죠?
3. 미국은 왜 안 바꿀까? (고집인가, 현실인가)
사실 미국도 미터법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1975년, 미국 의회는 **'미터법 전환법(Metric Conversion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자율적(Voluntary)"이라는 단서 조항이었습니다.
엄청난 교체 비용
미국의 모든 도로 표지판은 마일(Mile)로 되어 있고, 모든 공장의 기계와 나사는 인치(Inch) 규격이며, 슈퍼마켓의 고기는 파운드(Pound) 단위로 포장됩니다. 이걸 다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NASA 같은 과학 분야나 군대에서는 미터법을 쓰지만, 일상생활을 바꾸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 방식이 편해" (문화적 관성)
미국인들에게 "화씨 100도"는 "정말 더운 날"이라는 직관적인 느낌이 있지만, "섭씨 38도"는 낯섭니다. 파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테이크 1파운드 주세요"는 자연스럽지만 "450그램 주세요"는 어색한 것이죠. 결국 국민들의 거부감과 비용 문제로 미국은 여전히 라이베리아, 미얀마와 함께 세계 3대 '비미터법' 국가로 남아있습니다.
4. 헬스장 미스터리: 20kg vs 45lbs
헬스(웨이트 트레이닝)를 즐기는 '헬창'들에게 단위 변환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한국 헬스장과 미국(혹은 해외 장비를 쓰는 크로스핏 박스)의 원판 무게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파란색 원판의 진실
- 한국 표준: 파란색 원판 = 20kg
- 미국 표준: 파란색 원판 = 45lbs
자, 그럼 계산을 해볼까요? 1 파운드는 약 0.45359237 kg입니다. $$ 45 \text{ lbs} \times 0.45359237 = 20.4116... \text{ kg} $$
즉, 미국의 45lbs 원판은 한국의 20kg 원판보다 약 0.41kg (411g) 더 무겁습니다! "겨우 400g?"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양쪽에 4장씩 총 8장을 꽂는다면? $$ 0.41 \text{ kg} \times 8 = 3.28 \text{ kg} $$ 무려 3kg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평소 200kg을 들던 사람이 미국 원판으로 똑같이 세팅하고 들면 203kg 넘게 들게 되는 셈이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올림픽 바벨 무게
빈 바벨(봉)의 무게도 다릅니다.
- 국제 표준(올림픽 규격): 20kg
- 미국식 바벨: 종종 **45lbs (20.4kg)**로 표기됨
그래서 3대 500(kg)을 목표로 한다면, 내가 사용하는 장비가 kg 기반인지 lbs 기반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로그(Rogue) 같은 미국 브랜드 장비를 많이 쓰기 때문에 원판에 적힌 숫자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간단 암산 팁
헬스장에서 계산기 켜기 귀찮을 때 쓰는 '헬스 뇌' 전용 암산법입니다.
- Kg → Lbs: kg에 2.2를 곱합니다. (대충 2배 하고 10% 더하기)
- 100kg × 2.2 = 220lbs
- Lbs → Kg: lbs를 2로 나누고 조금 뺍니다.
- 100lbs ÷ 2 = 50...에서 좀 빼면 45kg (정확히는 45.3kg)
물론 정확한 계산이 필요할 땐 ConverterGo의 변환기를 쓰는 게 제일 빠릅니다. 내 PR(최고 기록)은 소중하니까요.
마무리
파운드는 처음엔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 유래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고 나면 나름의 재미가 있는 단위입니다. (물론 계산할 땐 여전히 귀찮지만요.)
해외 직구로 신발이나 옷을 살 때, 혹은 넷플릭스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볼 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파운드는 약 450g", "2.2파운드가 1kg"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생활이 훨씬 편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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